"자본주의와의 불장난(a big love affair with capitalism)"
"로마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광대하고 아름다운 제국이었다. 그러나 이 제국도 역사의 풍파를 비켜가지는 못했다. 비인간적인 노예제도에 의존한 경제, 심각한 빈부격차 속에서 로마는 쇠퇴해갔다. 정부는 시민들의 분노를 돌리기 위해 자극적인 오락과 스포츠를 대중장소에서 열곤 했다. 국가권력은 다시 황제에게 집중되기 시작했다. 가장 인간적인 법을 발전시켰던 로마는 이제 더 없이 비인륜적인 사회로 전락해 버렸다. 이 모순이 공무원들의 무책임한 태도와 결합해 로마를 몰락의 구렁 속으로 몰아넣었다."
영화에서 가장 볼 만한 부분 중 하나는 '납치된 예수'에 대한 것이다. 어느새 기독교의 예수는 부자들의 수호신으로 전락했다. 이번에는 예수의 기록영화를 빌린다. 예수를 따르는 무리가 묻는다. "주를 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예수가 답한다. "이윤을 극대화해라." 뜨악한 표정의 제자들. 이번엔 이렇게 묻는다. "어떻게 하면 하나님의 나라가 임할까요?" "금융 산업의 규제를 없애라."
무어의 무엄한 '신성모독'에 분개할 관객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다수의 보수 기득권층들도 같은 주장을 한다. 자본주의를 따르는 것이 곧 예수를 따르는 것이라는 것이다. 부자들의 교회에서 '부자가 천국에 가기는 낙타가 바늘귀에 들기보다 어렵다'거나 '너의 재산을 모두 팔아 가난한 이웃에게 나누어 주라'는 가르침은 사라진 지 오래다.
'서민정부'의 답은 청와대 서재 (혹은 휴지통)에
영화는 1937년 무어의 고향인 미시건 플린트에서 있었던 파업사건을 보여준다. 지엠 자동차 노동자들은 회사 건물에서 44일간 농성을 벌였다. 사측은 경찰을 끌어들이는 것은 물론, '구사대'를 고용해 무자비하게 폭력을 행사했다.
결국 루즈벨트 대통령은 파업현장에 군대를 파병한다. 그러나 군대의 총은 시위대가 아니라 구사대와 경찰을 겨누었다.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파업노동자를 지키려는 것이었다. 결국 파업은 노동자의 승리로 돌아갔고, 이 사건은 서민들의 생존권을 보호함으로써 다른 나라에서 보기 어려운 두터운 중산층이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사건 후, 루즈벨트 대통령은 '제 2의 권리장전'을 선언한다. 그것은 '기본적인 경제적 안정과 독립 없이는 누구도 자유를 누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안정된 직업,' '적절한 의식주와 여가 보장,' '의료서비스''기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정당한 경쟁' '의료서비스' '양질의 교육권'이다. 그러나 루즈벨트 대통령 이후 번성하던 중산층은 '레이거노믹스'라는 시장주의를 내세운 레이건 집권 이후 몰락하기 시작했다.
당사자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는 게 있다. 그것은 오바마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선물한 책의 저자가 루즈벨트 대통령이라는 사실이다. 나는 'MB노믹스'를 내세운 이명박 대통령이 그 책을 훑어라도 보았길 바란다. 선물로 받은 책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은 준 사람에게도 예의가 아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224427